리뷰 랴자노프스키 외 저조호연 역, 러시아의 역사』, 까치, 2011.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의 저작들은 국내에도 소개되어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지만, 한편 그들이 살았던 시대, 혹은 그들의 작품이 배경으로 삼고 있는 시대는 마치 우리나라에서 한참이나 멀리 떨어진 그런 곳인 것만 같다. 가깝고도 먼 나라 러시아, 한반도 바로 위에 위치한 나라이건만, 왜 항상 러시아는 멀게만 느껴지는 걸까.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러시아의 역사에 대해 제대로 배우거나 접할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 역시 러시아의 역사를 공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한글로 된 러시아책은 많았지만, 맥락을 이해할 수 없는 교양서나 비전공자가 쓴 책, 아니면 전공자가 쓴 혁명기 러시아에 대한 책들이 주를 이루었다. 무슨 책을 읽을지 한참 고민하던 차에 소련사를 공부하는 선배님이 한 줄 기의 빛을 내려주셨다. 그것이 바로 랴자노프스키와 스타인버그의 『러시아의 역사』이다.


 

  이 책은 러시아 역사의 전반을 다루는 개설서이다. 러시아의 간략한 지리부터 키예프 시기 러시아, 분령의 시기(각 공국들과 몽골 치하의 러시아), 모스크바 러시아, 러시아 제국, 소비에트 러시아, 현대 러시아 연방을 다룬다. 랴자노프스키가 러시아 제국 시기, 스타인버그가 20세기 전공자인만큼 현대로 이어질수록 세세하고 풍부한 서술이 이어진다.

 

 

  『러시아의 역사』는 역사역사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교양을 위해 러시아 역사를 이해하고자 하는 사람, 학문으로써 러시아사를 접근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에게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이 책은 러시아의 역사적 흐름과 전개에 대한 정보를 제시해 줄 뿐만 아니라 역사학자들의 해석과 논의에 대해서도 다룬다. 특히 러시아사에서 쟁점이 되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학자들의 엇갈린 의견을 함께 보여줌으로써 독자의 이해의 폭을 넓혀준다.




인물, 사건에 대한 다양한 견해를 닮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랴자노프스키는 표트르 대제의 이미지에 대한 책을 따로 출판하였다고 하는데, 

그만큼 책에서 다루는 표트르 대제의 묘사나 평가는 실로 흥미롭다.


 

  또한 저자인 랴자노프스키는 최신 연구성과를 반영하는데 실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로 이 책이 벌써 8번이나 개정되었으며, 랴자노프스키는 20세기 현대사와 21세기 각광받는 여성사 등의 새로운 주제를 포괄하기 위해 제자인 스타인버그를 새로이 저자로 맞이하였다고 한다. 러시아사를 알리기 위한 그의 열정을 여실히 볼 수 있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문체 역시 대단히 유려해서 읽는 동안 문학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고 싶다. 저자들은 생동감 있는 표현을 사용하고, 인용문을 삽입하여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특히 각 장 마다 인용문이 적지 않게 등장하는데, 독자는 서두의 인용문을 통해 각 장의 개요를 이해할 수 있으며, () 중에 등장하는 인용문을 통해서는 인물과 사건에 대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다.






19세기 말 유럽의 국제관계를 풍자한 만평.

여기서도 러시아가 당시 유럽세계의 주요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유럽의 국제관계만 중점을 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읽으면서 아쉬운 점도 있었다. 그 첫 번째는 바로 유럽의 러시아만을 다루었다는 점이다. 필자는 중앙아시아, 혹은 동아시아 국가와 러시아의 관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이 책을 읽었으나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 없었다. 주로 이 책은 러시아의 수도였던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정치에 대한 서술이 주를 이루고 있다. 또한 외교 역시 유럽권 국가들과의 관계를 중점적으로 전달한다. 당시 러시아가 중앙유라시아 국제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던 점을 생각해보면, 우랄 동쪽 지역의 정책이나 중앙유라시아 정치공동체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서술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 않았을까.

 

  또 한 가지 단점은 문장이 유려한 만큼 한 문단에 담기는 정보가 많고 문단 자체가 길어진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간략하다고만은 할 수 없다. 처음 러시아를 접하는 사람들이나, 조금 알고 있더라도 여전히 생경하게 느끼는 필자 같은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어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요령 있게 정보들을 정리하면서 읽거나 반복적으로 읽으면 극복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원서로 구해서 읽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것을 권장한다. 고등교육을 받는 교양인이 익혀야 할 단어나 표현으로 가득하기 때문에 영어를 공부하는 차원에서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랴자노프스키가 종종 도치문을 구사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대체로 문장이 간결하므로 그리 문제 삼을 것은 아니다. 또한 번역 역시 굉장히 잘 되어 있어 기분 좋을 정도로 부드럽게 잘 읽혀 내려간다. 두껍지만 소중한 책을 번역해주신 역자 분께 감사할 따름이다.

 

 

  러시아를 공부하고자 한다면 이보다 훌륭한 책을 찾기 힘들 것이다. 다만 조금 문턱이 높게 느껴질 수도 있다. 이러한 어려움은 다큐 등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선학습을 통해 어느정도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 3줄 요약

장점 : 역사와 역사학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명저, 최신 연구성과까지 반영, 유려한 문장.

단점 : "유럽의 러시아" , 유려하지만 긴 문단.

평가 : 훌륭한 러시아史 개설서. 교양 + 학술




러시아의 역사(상)

저자
니콜라스 V. 랴자놉스키, 마크 D. 스타인버그 지음
출판사
까치 | 2011-11-05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반세기 가까이 개정을 거듭해온 대표적인 러시아 역사서, 러시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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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범진,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민음사, 2012

 

  지금의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은 중국의 토대를 마련한 청()의 발자취를 뒤쫓는 것이 아닐까. 중국의 압도적인 인구와 광활한 영토, 그리고 중국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다양한 문화, 이것은 모두 청대 여물고 성숙하기 시작한 열매와도 같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의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저자는 청나라를 다양한 인자를 내포하고 있는 상상의 동물 키메라에 빗대어 청나라가 가진 다종다양함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




사자, 염소. 용 등이 섞인 상상의 동물 키메라


 

  먼저 저자는 키메라로서 청을 그리기 위해 그 뼈대인 팔기제(八旗制)에 대해 서술한다. 누르하치와 후대 청의 한()들은 기()를 독과점하고, 여기에 몽골인, 한인(漢人)과 같은 인종집단을 포섭함으로써 팔기는 곧 청의 핵심집단으로 변모하였다. 팔기를 구성하는 기인(旗人)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정체성을 만들고, 국가의 요직들을 장악함으로써 청의 지배 엘리트로 군림하였다. 또한 그들은 내치(內治)뿐만 아니라, 몽골, 조선 등 후금 성립 때부터 중요한 외교적 파트너로 여겨졌던 국가들과의 교류에서도 활약하였다. 중국 최초의 근대조약이라 평가 받는 네르친스크 조약이 체결될 당시에도 한인은 철저히 배제된 채 기인들만이 협상에 참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청의 성공요인으로 여겨졌던 만한일가(滿漢一家)”가 무색할 정도로, 이 책에서 보이는 청의 모습은 만주인과 그들을 추종하는 여러 종족집단의 기인이 운영하고, 또한 그들만을 위한 나라인 것만 같다.




무장한 기인의 그림

기인들은 군사 뿐만 아니라 행정, 외교 분야에서도 활약하였다.

그들은 청의 지배 엘리트로 군림하였다.


 

  하지만 마지막 황제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저자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영화에서 묘사된 청 황실은 티베트 불교의 신비함과 중국이 자랑하는 관료주의를 통해 운영되는 중국 전통 왕조로 그려진다. 우리는 영화의 장면들을 떠올리며 그렇다면 청은 언제부터 우리가 아는 중화왕조가 되었나? 라는 질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질문에 저자는 청 말기 키메라 속에서 자라난 한족(漢族)의 세포가 점차 키메라 전체로 퍼져나가는 상황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고 답한다. 반란과 혼돈의 시대인 19세기 무너져 가는 청을 다시 세운 것은 기인들이 아닌 한족 출신의 관료들이었다. 또한 현대로 접어들면서 새롭게 형성된 국제체제에 적응하기 위해 청은 역사 이래 존재했던 외부 변경지역인 번()을 직접 지배하는 성()으로 모두 전환해야만 했다. 이 과정에서 청은 한인 관료들을 대거 등용할 수밖에 없었다. 한인관료들은 청의 요직을 장악하였으며, 점차 그 영향력을 넓혀만 갔다. 결국 청의 황실과 기인들은 한인들의 지위를 인정하였으며, “만한일가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한인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키메라가 탄생한 것은 신해혁명 때였다. 혁명을 지휘한 쑨원(孫文)도 남방 출신으로 중앙의 사정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그가 꿈꿨던 중국은 만주인들을 몰아낸, 한인들만의 중국이었다. 초기 그의 건국구상과 혁명기(革命旗)를 살펴보면 이러한 그의 구상을 엿볼 수 있다. 그가 사용하던 당시 깃발에는 한인들의 성()이었던 18개의 성만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혁명정부는 청이 차지했던 실크로드 일대(甘肅), 동 튀르키스탄(신장新疆), 티베트를 고스란히 차지하기 위해 민족공화(民族共和)를 내새우며, 몽골, 티베트, 위구르, 장족을 형제민족(兄弟民族)으로 규정하였다. 그 결과 지금의 중국은 5개의 주요민족으로 구성된 다인종 국가가 되었다. 이러한 다인종 국가의 전통은 키메라였던 청의 유산을 혁명정부가 고스란히 받아들인 결과였다.




혁명기 초반에 사용되었던 깃발.

중국을 상징하는 빨간 바탕에 18개의 성을 상징하는 점이 그려져 있다.




민족공화를 슬로건으로 내건 후부터 사용된 깃발.

5개의 민족을 상징하는 색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은 일반독자들을 대상으로 쓴 책인 만큼 비교적 쉽게 쓰여진 책이다. 청의 새로운 모습을 묘사하기 위해 그동안 건국 초기 군사, 행정 제도로만 간략하게 소개되었던 팔기나, 청의 대러시아, 대조선 외교를 설명하는 과정이 독자들에게 낯설게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최대한 학술적인 용어나 개념의 사용을 자제하면서, 독자들에게 청의 새로운 모습을 전달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한산성』을 읽어보았던 평범한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이 책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또한 이 책이 17세기에서 20세기 중국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독자들은 중국의 역사적 흐름이 역사에서 현대에 이르는 모습을 한껏 느낄 수 있다. 황제의 옷을 두른 누르하치부터 현대 서구식 옷을 입은 쑨원까지, 독자들은 중국의 역사와 현대를 관통하는 키메라의 탄생과 성장, 변이 과정을 이 책을 통해 한 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나라 키메라의 제국

저자
구범진 지음
출판사
민음사 | 2012-08-31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만주 땅의 작은 집단에서 키메라의 제국으로 청나라는 그 거대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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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안과 낙타비장(秘葬)의 비밀


  한반도에서 동유럽에 이르기까지, 13세기 몽골인들은 당시 알려졌던 세계의 대부분을 호령하였다. 하지만 그 영광도 잠시. 역사상 유래없는 광활함을 자랑하였던 몽골제국은 2세기 만에 와해되었다. 제국의 수도였던 카라코룸은 무너지고, 몽골제국을 지배하던 칭기스 칸과 그의 자손들이 묻힌 장소 조차 잊혀졌다.



몽골제국 최대 판도

 


  하지만 며칠 전 발표된 발굴성과는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며 옛 몽골제국의 영광을 회상케 하기에 충분하였다. 그 이유는 바로 칭기스 칸의 무덤으로 여겨지는 무덤이 발견되었기 때문이었다. 무덤의 주인은 60대에서 75세로 추정되는 인물로, 1215년과 1230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시기는 칭기스 칸이 사망기록과 일치한다. 또한 순장된 것으로 보이는 68구의 시체와 엄청난 수의 세공품, 은화, 희생된 동물들의 흔적 등은 이 무덤의 주인을 몽골초원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이라는 확신에 힘을 실어주었다.

(관련기사 : Mongolia: Archaeologists Unearth Tomb of Genghis Khan - See more at: http://worldnewsdailyreport.com/mongolia-archaeologists-unearth-tomb-of-genghis-khan/#sthash.Gb435rdM.dpuf)

 



위대한 정복자 칭기스 칸.

그동안 많은 나라들이 그의 무덤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과연 이번에 발견된 무덤이 정말 그의 무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무덤에 주인이 잠든지 어언 800. 왜 우리는 지금까지 이 무덤을 발견할 수 없었을까? 우리는 그 해답을 몽골인들의 독특한 매장 방식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제국을 건설하고 운영한 몽골제국의 카안(Qa’an, 혹은 대칸)들은 자신의 영면을 방해받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카안들의 묘지를 만드는 작업은 은밀하게 진행되었다. 비밀을 위해 공사에 동원된 노예들은 순장되었으며, 봉분도 높게 얹지 않고 다른 초원과 같이 평평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초원에 지리에 밝은 몽골 유목민들이라도 이렇게 만들어진 묘지는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몽골 유목민들이 기르는 동물 중에 낙타처럼 모성애가 강한 동물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래서 유목민들은 칸의 무덤을 찾는데 유별난 낙타의 모정을 활용하였다. 낙타의 모정은 다른 동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깊어서 자기 새끼가 아니면 일체 젖을 주는 일이 없을 정도다. 더욱이 낙타는 자신의 새끼가 죽으면 그 장소에 남은 새끼의 냄새를 기억하여 그 장소를 지날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몽골인들은 서거한 카안의 묘지에 어미 낙타와 새끼를 끌고 와 그 새끼를 죽임으로써, 어미 낙타에게 카안이 묻힌 곳의 위치를 각인시켰다. 이후 몽골제국의 제사장들은 카안의 기일이 되면 새끼를 잃은 어미 낙타를 데리고 카안의 묘지를 찾아갔다. 카안의 묘소에 낙타가 멈추어 서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낙타를 따르던 몽골인들도 울면서 그들을 이끌던 카안에게 제사를 올렸다.

 

  새끼의 죽임을 본 어미 낙타가 죽게 되면 자연히 카안의 묘지를 찾을 방법도 사라졌다. 몽골인들은 어미 낙타의 슬픔을 보태어 묘지의 비밀을 지켰다. 이것이 바로 당시 알려진 세계의 대부분을 호령하던 몽골제국 역대 카안들의 묘지를 아직도 찾지 못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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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정수일, 『초원의 실크로드를 가다』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

저자
정수일 지음
출판사
창비. | 2010-08-06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찬란한 초원문명을 탄생시킨 초원 실크로드를 가다!문명교류학의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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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BS 다큐프라임, 「챠강티메」



챠강티메

정보
EBS | 화, 수 21시 50분 | 2011-06-21 ~ 2011-06-22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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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낙타의 고향' 가르빈 고비 몽골 남고비 사막의 가르빈 고비 지역. 붉은 털을 가진 쌍봉낙타로 유명한 이 곳은...


Posted by 구름처럼. 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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